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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여름 휴가철, 유기견이 늘어나는 이유, 충동 입양

by 진짜_자몽 2025.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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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 유기견이 늘어나는 이유, 충동 입양, 책임 없는 이별에 관련된 사진

길을 걷다 보면 여름이 시작될 즈음부터 조금씩 낯선 강아지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목줄 없이 떠도는 작은 몸짓, 사람을 보면 반가워하다가도 금세 두려워하는 눈빛, 그리고 가까이 가보면, 털은 엉켜 있고 몸에서는 쉰내가 납니다.

이 시기가 되면 저는 마음속에 무거운 질문 하나를 꺼냅니다. “올해는 몇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질까?”

여름휴가철, 유기견이 늘어나는 이유  “휴가 계획에는 강아지가 들어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름휴가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수영복을 사고, 펜션을 알아보죠. 그런데 그 목록 어디에도 반려견을 위한 계획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숙소는 한정적이고, 비행기나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고, ‘그래, 잠깐 펫호텔에 맡길까?’ 하고 알아보면 1박에 50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45일만 맡겨도 숙박비보다 비싼 비용이 나옵니다.

그럼 견주는 고민을 하기 시작됩니다.

 

“그냥 하루 이틀쯤 혼자 두면 괜찮겠지?”

 

“시골 부모님 댁에 잠깐 데려다 줄까?”

 

“혹시 근처 야산에 풀어두면 누가 데려가주지 않을까…”

 

이렇게 해서 ‘유기’라는 단어조차 쓰고 싶지 않은 무책임한 선택이 벌어집니다.

“충동 입양, 책임 없는 이별”

유기견 문제는 휴가철에만 갑자기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실은 그전부터 쌓여온 ‘책임감 없는 입양’의 결과가 여름휴가철이라는 계기를 통해 한꺼번에 터지는 것입니다. 봄이나 초여름, SNS에는 입양한 강아지 사진이 쏟아집니다. ‘새 식구가 생겼어요 🐶’, ‘우리 첫 강아지’라는 게시물로 좋아요와 댓글이 이어지죠. 그렇지만 반려견은 하루 이틀 키우고 끝나는 존재가 아닙니다. 산책, 배변훈련, 짖음, 털 날림, 사료, 병원비, 분리불안…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훈련에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때까지는 참을 수 있다가도, 휴가철이 오면 현실이 됩니다. ‘이 아이 때문에 휴가도 못 가야 해?’이 말 한마디가, 어느 여름날 저녁 어디선가 목줄 없이 걷고 있는 유기견을 만들죠.

 

“펫호텔도, 펫시터도 나와는 먼 이야기”

저도 반려견을 키우면서 알게 됐습니다. 휴가철에 강아지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펫호텔’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요. 그런데 막상 알아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 인기 호텔은 예약이 꽉 찼고,
  • 가격은 하루에 6~8만 원대,
  • 하루 3번 산책해 주는 서비스는 별도,
  • CCTV가 없거나, 강아지를 방치하는 사례도 있고요.

그러다 보면 ‘그냥 집에 두고 가자’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심지어 음식이랑 물을 넉넉히 챙겨 놓았다고 “나는 버린 게 아니라 잠깐 집에 두고 간 것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혼자서 밥을 챙겨 먹을 줄도 모르고, 냉방도 안 되는 방 안에서 물조차 마르기 전에 숨이 멎는 경우가 있습니다.‘의도하지 않았던 유기’라는 말은 그 어떤 유기보다 더 무서운 말입니다.

 

“우리는 정말 가족이었을까?”

강아지를 입양할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그렇지만 그 말이 진짜 가족을 뜻했다면, 우리는 가족을 산에 두고 오지 않습니다. 짐을 덜기 위해 부모를 도로 옆에 세워두지 않고, 아이를 유모차에 실어놓고 떠나지도 않죠. 그런데 반려견에게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고요.

사람의 손에 의해 유전적으로 개량되고, 사람과의 정서적 유대를 기반으로 살아온 존재를 사람이 그렇게 쉽게 버린다는 사실이 저는 매년 여름마다 너무도 슬픕니다.

 

 “보호소 철창 너머에서 울던 아이를 기억합니다”

3년 전 여름, 저는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날 들어온 아이 중에 눈이 매우 크고, 몸집이 작고, 분홍색 목줄을 한 푸들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집에서 키우던 아이였죠. 사람 손길을 그리워하고, 배를 보여주고, 어떤 때는 가만히 엎드려 울먹이듯 숨만 쉬는 아이. 그 아이는 2주 후 폐렴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왜냐고요? 보호소는 에어컨이 없었고, 그 작은 몸은 더위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을 믿었던 아이였습니다.

 

“올여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혹시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짐 목록을 체크하기 전에 당신의 반려견도 그 여행에 포함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 함께 갈 수 없다면 미리 신뢰할 수 있는 펫시터를 찾아두거나
  • 반려동물 동반 숙소를 예약하거나
  •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협의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아지에게 사람은 세상의 전부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단순한 동거가 아니라, 그 생명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평생의 약속입니다. 올여름, 그 약속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글쓴이의 바람

이 글은 유기동물 구조활동을 하시는 지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의 무게를 다시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귀여워서, 힐링이 되어서 시작한 반려 생활이 한 생명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 되어선 안 됩니다. 사랑했으니까,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그 말이 더는 빈 말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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